첫화면
home
기록
home

13강 본문비평의 실제 (4) - 에스더

이번 시간에는 본문비평 세미나 마지막 수업으로 에스더서의 마소라 버전과 70인역, 그리고 알파 텍스트가 각기 어떻게 각기 독특한 내용을 전달하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에스더서의 버전

마소라 버전
가장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에스더서 버전이다. 마소라 버전의 대표적인 특징은 종교적인 요소가 완전히 배제되어 있다는 점이다. 본문 어디에서도 하나님이 언급되지 않고 있으며, 기도와 같은 경건의 행위조차 직접적으로 표현되지 않는다. 이러한 세속적인 성격으로 인해 마소라 버전 에스더서는 정경화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늦게 히브리 성서에 포함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에스더서는 쿰란과 사해 지역 주변에서 한번도 발견되지 않았다.
70인역 버전
또 다른 에스더서의 버전은 70인역에 포함되어 있는 버전이다. 그리스어역 버전의 주요한 특징은 종교적인 요소가 이 책 안에 반영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 외에도 70인역 버전의 특징은 6개의 부가적인 본문이 첨가되어 있다는 점이다.
A 텍스트
알파 텍스트는 상당히 다른 성격의 그리스어 본문이다. 첨가본문과 결론 부분(8:39-52; 마소라 8:17-10:3)은 70인역과 매우 유사하다. 이 부분을 제외시킨다면 원-알파 텍스트라 할 수 있는 더 오래된 버전이 남게된다. 이 오래된 버전은 에스더의 이야기를 상당히 다른 방식으로 전달한다. 일반적으로 원-알파 텍스트는 마소라 본문의 개정이라 여겨지지 않으며, 독립적인 전통으로 생각된다. 현재 남아있는 알파 텍스트는 10-13세기의 사본들이다.

에스더서 본문의 발전

M.Fox, Character and Ideology in the Book of Esther
위 도식은 에스더서 본문이 어떠한 과정으로 형성되어 왔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본래 히브리어로 되어 있는 원-에스더 본문에서 원-알파 텍스트와 마소라 버전의 텍스트가 파생되었다. 이 과정에서 마소라 본문에 첨가된 것은 8-10장으로 부림절의 유래에 대한 이야기가 중심이 된다. 즉, 본래의 에스더 이야기가 부림절과 후대에 결합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후 마소라 본문을 번역하면서 70인역 텍스트는 보다 종교적인 본문들을 추가하였다. 마지막으로 독자적으로 존재했던 원-알파 텍스트는 70인역의 번역을 참조하여 원-알파 텍스트를 보완한 형태가 되었다.

마소라 본문

1) 본문상의 특징

위에서 언급한대로 학자들은 대체로 에스더서 본문이 부림절의 유래를 통해 확장되었다고 보고 있다. 이틀 동안 지키는 부림절에 그 이야기를 조화시키기 위해 페르시아의 법이 취소될 수 없고(취소될 수 없기 때문에 그날 전투를 행해야 함), 이틀 간의 부림절 기간에 맞추어 전투가 하루 더 연장되었으며, 부림절을 디아스포라 유대인 공동체에게 전파하는 이야기가 추가되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원 히브리어 본문에는 아래의 요소가 배제되어 있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변경될 수 없는 페르시아의 법
확장된 전쟁 보고문
두 번째 날의 전투와 축제
부림절의 유래
10:1-3의 에필로그

2) 주제

마소라 버전의 에스더서의 가장 큰 특징은 종교성의 부재이다. 마소라 본문에는 하나님이나 종교적인 행위에 대한 어떤 언급도 나타나 있지 않다. 모든 사건의 흐름은 “우연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하나님의 개입에 대한 언급이 부재되어 있기 때문에, 모르드개와 에스더, 그리고 각지에 흩어져 있는 유대인들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종교적인 내용이 결여되어 있는 에스더서에서 강조되는 것은 민족적인 정체성의 확립이다. 성전이 부재하고, 거룩한 땅 밖에 있는 유대인들에게도 구원이 임하는가? 그리고 어떻게 유대인들은 그 역사를 이어나갈 수 있는가? 마소라 버전의 에스더서가 전달하고 있는 답변은 바로 “민족적인 정체성의 확립”이다. 그리고 “우연성”을 통해 하나님의 역사를 함축적으로 표현해 냄으로 보이지 않게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섭리에 대한 메시지를 디아스포라의 유대인들에게 전하고 있음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알파 텍스트

1) 본문상의 특징

알파 텍스트는 마소라 본문 뿐만 아니라 70인역과도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아래의 예는 70인역과 알파 텍스트를 일부 비교한 내용이다.
위의 경우는 70인역과 알파 텍스트의 차이를 보여준다. 이는 두 본문이 본래 독립적인 전승이었음을 나타내는 예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위 70인역의 보충 본문은 알파 텍스트와 문자적으로 거의 동일하다. 이는 알파 텍스트의 편집자가 70인역의 보충 본문이 필요한 경우에 알파 텍스트에 첨가했음을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원-알파 텍스트에는 (원-히브리어 본문과 마찬가지로) 아래의 내용이 생략되어 있던 것으로 여겨진다.
변경될 수 없는 페르시아의 법
확장된 전쟁 보고문
두 번째 날의 전투와 축제
부림절의 유래
10:1-3의 에필로그
한편, 알파-텍스트는 마소라의 개정본이라 보기에는 그 확장과 개정의 정도가 미미하다. 알파 텍스트에도 종교적인 함의가 보다 분명하게 드러나 있기는 하지만, 이는 마소라 본문의 개정본이라 여겨지는 70인역과 랍비 미드라쉬, 그리고 타르굼 전통에서 보여지는 대대적인 종교적 개정과 차이가 나타난다.

2) 줄거리

원-알파 텍스트의 줄거리는 마소라 버전의 8:3, 즉 하만의 권력과 부가 나락으로 떨어지는 순간까지 비슷하게 전개된다. 본 이야기는 페르시아 왕궁의 연회 장면과 와스디의 거절로 시작되고 있다. 와스디를 쫓아낸 이후에 왕은 새로운 왕후를 뽑으려하고, 모르드개와 에스더가 소개된다. 여기에는 왕을 죽일 음모를 모르드개가 알아채고 에스더를 통해 왕에게 고발한 사건이 빠져 있다(2:22-23). 마소라 본문에서처럼 하만은 자신에게 절하지 않는 모르드개에 분노했고 모든 유대인들을 죽일 결심을 한다. 하만은 왕을 설득하여 유대인들을 죽일 법령을 공포하게 하고, 모르드개는 이 음모를 알게된 이후에 에스더로 하여금 왕에게 나아가 왕을 설득하여 유대인들을 구해줄 것을 요청한다. “하나님께 간구한 이후에, 우리를 대신하여 왕에게 나아가 죽음에서 우리를 구원하라.” 에스더가 망설이는 모습을 보일 때, 모르드개는 “하나님께서 그들을 위해 도움과 구원이 되실 테지만, 너의 아버지의 집은 멸절할 것이다.”라고 말한다. 에스더가 왕을 자신이 주최하는 연회에 초청하고 하만의 음모를 고발하게 된다. 하만은 두려움에 에스더에게 빌지만 왕의 눈에 보기에 하만이 에스더를 겁탈하는 것으로 여겨졌고, 하만을 처형한다. 그리고 모르드개는 왕에게 하만의 편지를 취소해 달라고 요청한다(마소라 버전은 한번 반포된 칙령은 취소될 수 없음). 그리고 원-알파 텍스트는 모르드개가 모든 유대인들이 각 고을에서 절기를 지키라는 편지로 마무리된다.

3) 원-알파 텍스트의 특징

모르드개와 하만의 성격은 대체로 마소라 본문과 유사하다. 그러나 에스더는 좀 다른 모습으로 묘사되는데 마소라 본문에서처럼 용감하고 지혜로운 모습이라기 보다는 적을 대면할 때(7:2), 혹은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순간에 두려움을 표한다(7:6). (에스더의 두려움은 하나님의 개입으로 보완된다). 그리고 모르드개가 나타나자마자 에스더의 존재는 사라진다.
마소라 본문과는 달리 하나님의 개입에 대한 언급을 일부 하고 있다. 그러나 하나님의 역할은 그리 주도적으로 나타나지는 않으며, 보조적인 역할만을 할 뿐이다. 가장 주목할만한 부분은 마소라 4:14 구절에 하나님에 대한 언급을 추가했다는 점이다. 하나님은 인간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개입하는 분으로 그려지고 있다.
그리고 알파-텍스트에서는 유대인들 전체의 역할이 축소되어 있으며, 모르드개와 에스더 두 중심 인물의 역할이 부각되어 있다. 유대인들이 전쟁에 참여했는지 확실하지 않다. 그보다 모르드개가 작성한 칙령에 따라 유대인들의 대적들이 왕의 군대에 의해 죽임을 당하는 것처럼 묘사되고 있다.
원-알파 텍스트는 본래적인 원-히브리어 본문에 가까운 것으로 생각된다. 본래의 히브리어 본문은 모르드개와 에스더를 중심으로 한 구원의 이야기인데 이 이야기가 유대인 공동체가 함께 지키는 부림절과 결합됨으로 공동체에 대한 강조가 나중에 부각되게 된 것 같다.

70인역

70인역은 마소라 버전의 확장된 번역본이라 할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70인역 에스더의 가장 큰 특징은 6개의 부가적인 본문들이 추가되었다는 점이다(A-F). 이 본문들은 한번에 작성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구문적인 특징으로 보았을 때, B와 E는 그리스어로 작성된 것으로 보이며, C, D, F는 히브리어나 아람어로 작성되었던 것으로 여겨진다. A는 확실하지 않다. B와 E는 한 사람에 의해 작성된 것으로 생각된다. F는 A에 대한 주석인데, A는 에스더서와는 독립적으로 작성된 부분이다. 이는 70인역 에스더가 한 사람에 의해 저술된 것이 아님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1) 첨가 본문들

첨가 A: 이 부분은 모르드개의 꿈에 관한 내용이다(마소라 1장 앞). 꿈 속에서 두 마리의 용이 천지를 흔들며 싸우고 있다. 모든 국가가 의로운 국가를 상대로 하여 전쟁을 준비한다. 이에 의로운 나라가 죽을 각오를 하여 하나님께 부르짖는다. 하나님은 작은 연못을 보내는데 이는 큰 강을 이루게 된다. 이후에 모르드개는 어전에서 졸고 있다가 두 환관이 왕을 암살할 음모를 꾸미고 있음을 듣고 보고 한다. 모르드개는 상을 받고 두 환관은 처형된다. 하만은 두 환관의 일로 인해 모르드개를 헤칠 계획을 세우게 된다.
첨가 B: 파멸의 칙령 (3:13 이후). 아하수에로는 왕국의 평화를 확고히 할 칙령을 선포하려 한다. 이 일이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을지 관료들에게 물었을 때, 왕은 제국을 위협하는 적대적이고 위험한 민족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래서 왕은 이 민족을 아달월 14일에 진멸하기로 명령한다.
첨가 C: 모르드개와 에스더의 기도 (4:17 이후). 금식을 선포한 이후에 모르드개는 기도한다. 그는 하나님의 능력을 찬양하고 하만에게 절하지 않은 이유가 하나님을 높이기 위해서였음을 고백한다. 에스더 역시 기도하는데 왕후의 옷에서 애도의 의복으로 갈아입는다. 그녀는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을 장자로 선택하셨음을 고백한다. 그리고 두려움에서 자신을 보호해 줄 것을 간구한다.
첨가 D: 에스더가 왕에게 나아가는 장면 (5:3 앞). 에스더는 두려운 마음으로 왕에게 나아간다. 하나님은 왕의 성품을 온화하게 만들었고 왕은 에스더를 받아들인다. 에스더는 왕에게 그가 하나님의 천사와도 같은 존재임을 고백한다.
첨가 E: 첫번째 칙령에 대응하는 왕의 칙령 (8:12 이후). 여기에서 교만하고, 과도한 권력을 꾀하려고 했던 이들에 대한 언급이 나타난다. 이들은 죄없는 피를 흘리려고 했다. 하만은 모르드개와 에스더를 죽이려 했고, 이를 통해 왕의 권력을 박탈하여 마케도니아인들(하만의 나라)의 손에 권력을 넘기려고 했다. 그러나 유대인들은 선랑하고 정의로운 법을 지키며 사는 민족이다. 왕은 유대인들이 자신들의 관습을 따를 것을 명령했다. 또한 페르시아인들 역시 구원의 날을 기념해야 한다.
첨가 F: 모르드개의 꿈 해몽 (10:3 이후). 꿈을 회고하며 모르드개는 이 모든 일이 꿈에서 예견된 일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큰 강이 된 작은 샘은 바로 에스더였고, 두 용은 모르드개와 하만이었다. 모든 나라들이 파멸시키려 했던 나라는 그의 조국 이스라엘이었다. 그러나 하나님께 부르짖었을 때 하나님께서 그의 백성들을 구원하셨다.

2) 70인역 에스더의 특징

하나님: 70인역 에스더서에서 하나님은 역사를 역동적으로 주관하는 분으로 언급된다. 하나님은 때로는 조용하게 일하시는데 왕이 잠을 못이루게 하신 분이 바로 하나님이다. 첨가 본문들은 모든 구원의 역사를 이루어 낸 것은 인간이 아니라 바로 하나님임을 강조한다. 또한 이 땅에서의 싸움은 우주적인 진리와 비진리의 싸움이 투영된 결과로 나타난다.
인간: 모든 사건이 진행되기 전 지혜로운 인간은 이 모든 일에 대한 암시를 꿈을 통해 경험한다. 요셉과 다니엘의 꿈은 과거에 대한 내용이 아닌, 미래에 대한 암시로 표현된다. 그러나 모르드개의 꿈은 과거에 대한 의미 부여로 나타나고 있다. 바로 이러한 과거에 대한 해석은 미래를 이해하는 기반으로 작용한다. 70인역 에스더서에서 등장인물들은 유대의 종교 관습을 신실하게 지키는 이들로 나타나고 있다. 모르드개와 에스더는 매우 신실한 인물로 묘사되고 있다. 한편, 페르시아 왕은 마소라 본문에서 보다 그 권위가 한층 강조되고 있으며, 도덕성을 추구하는 존재로 나타난다. 왕이 하만의 제안을 따른 것은 제국의 안정을 위한 것이다(마소라 버전에서 왕은 자신의 사사로운 이익을 위해 하만의 제안을 따르는 것으로 비춰짐)
이스라엘: 이스라엘 민족은 이 이야기의 실제 주역들이라 할 수 있다. 이스라엘 민족의 힘은 군사적인 힘 뿐만 아니라 기도에서 비롯된다. 모르드개의 꿈 이야기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주도적으로 자신들이 행해야 할 바를 실행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자신들의 대적들에 맞서야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