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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세기 1:1 – 태초에? (02)

Created
2022/02/27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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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세기
2016.11.3.
중세 유대 주석가 라쉬(רש”י)는 이와 유사한 맥락에서, 또 다른 성서의 증거를 제시하며 이 구절에 대한 이해를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있다.
성서는 우리 랍비들이 말했던 것처럼(In the beginning. cf. Bereshit Rabba 1:6) 읽혀지지 않는다. 성서에서는 ראשית דרכו (잠8:22 그의 길의 처음에), ראשית תבואתה (렘2:3 소산의 처음 것) 등과 같은 [필자주: 복합명사] 구문들이 발견된다. 따라서 이 구절은 다음과 같이 읽혀야 한다:
בראשית [בריאת] שמים וארץ והארץ היתה תתו ובהו וחשך
(하늘과 땅이 창조되기 시작할 때, 땅이 혼돈하고 공허하고, 흑암이 있었다.)
즉, 라쉬는 창세기 1:1과 2절을 나누지 않고 함께 묶어서, 1장 1절을 2절의 시간적 배경으로 설명한다. 라쉬의 이해에 따르면 창세기 1:1의 시간적 배경은 “태초에”라는 절대적인 처음이 아니라 “하나님이 창조를 시작할 때”라는 창조 사역의 시작으로 이해된다. 이러한 이해를 따르면 1:1과 병렬되는 구절인 2:4과 매우 유사한 구조로 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בְּי֗וֹם עֲשׂ֛וֹת יְהוָ֥ה אֱלֹהִ֖ים אֶ֥רֶץ וְשָׁמָֽיִם׃ (야웨 하나님이 땅과 하늘을 만드시던 날에)
한편, 라쉬는 ראשית이라는 단어가 단독적으로 쓰이지 않고 뒤에 나오는 명사와 항상 결합하여 쓰인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그는 ראשית이 절대형(absolute form)이 아니라 구문형(construct from)이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라쉬는 ראשית다음에 명사형이 와야 올바른 문장이 되며, 마소라 원문의 동사형 ברא를 בריאה**와 같은 명사형으로 수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라쉬의 이러한 주장은 매우 설득력 있는 히브리어 구문 이해를 기초로 한 것이다. 이런 해석을 따른다면, 신학적인 문제도 상당 부분 해결될 수 있다. 즉, 하나님의 존재의 시작은 아무도 모르며, 성경은 하나님의 “창조 사역”의 시작으로 첫 본문을 열고 있다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그러나 한 가지 라쉬의 한계가 있다면 그것은 성서 본문 자체를 수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명사와 명사가 결합되는 구문형은 존재해도, 부정사나 분사 구문이 아닌 일반 동사 형태가 명사와 결합되는 구문은 거의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호세아 1:2을 보면 아래와 같은 구문을 발견할 수 있다.
תְּחִלַּ֥ת דִּבֶּר־יְהוָ֖ה בְּהוֹשֵׁ֑עַ (야웨께서 호세아에게 말씀하시기 시작할 때에)
여기서 תחלת (처음)라는 구문형 명사와*** דבר(말했다)라는 일반 동사가 함께 결합되어 시간절을 표현하는 형태가 호세아서에서 발견되고 있는 것이다. 이를 통해 유추해 본다면 라쉬의 제안 처럼 ברא를 명사형으로 변화시키지 않아도 라쉬가 제안한 해석을 따를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성서에는 일반적인 히브리어의 문법규칙을 따르지 않는 불규칙적인 구문들이 많이 있다. 따라서 문법 지식의 틀에서 성서 히브리어에 접근하기 보다는, 텍스트를 기초로한 히브리어에 대한 이해를 추구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ה로 끝나는 명사는 구문형이 될 때 어미가 ת로 변한다. ראשית의 ת도 이러한 기능을 갖고 있다고 추측해 볼 수 있다.
** בריאת는 בריאה의 구문형이다.
*** תחילת는 תחילה의 구문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