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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세기 1:2 – 하나님의 영? 하나님의 바람? (2)

2016.11.3.
이런 신화적인 배경에서 이해할 때 우리는 바다가 창조 이전의 혼돈의 상태를 상징한다고 볼 수 있겠다.
한편, 구약성서의 많은 곳에서 רוח אלהים은 “하나님의 영/신”으로 이해될 수 있다. 그러나 하나님의 영이 특정한 사람에게 임해 감동을 주는 경우에, “하나님의 영/신”으로 번역된다(예. 창41:38; 출31:3; 35:31; 민24:2; 삼상10:10 등). 이런 용례들과 비교해 볼 때, 창조 기사에서 רוח אלהים을 “하나님의 영/신”으로 이해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따라서 רוח אלהים은 창조 이전의 혼돈의 상태를 상징하는 “물”을 잠재우고, 질서 있는 창조 세계를 예비하는 힘인 “하나님의 바람”으로 이해하는 것이 올바른 이해라고 볼 수 있다.
רוח אלהים을 “하나님의 바람”으로 이해할 때, 그 뒤에 이어 나오는 동사인 מרחפת(메라해펫)의 번역 또한 이와 연관해서 생각해야 한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성서의 창조 기사를 고대 근동의 신화 배경에서 이해할 때, 하나님의 바람과 혼돈의 물 사이에서 펼쳐지는 광경은 평화롭기 보다는 맹렬한 싸움에 가깝다. 혼돈의 물이 높은 파도를 내며 무질서한 상태를 유지하려고 하고, 하나님의 바람은 이를 힘으로 잠재우려고 하는 것이다. 따라서 한글 개정개역이나 영어 NIV의 번역과 같이 “운행”(hovering) 하고 있다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다른 한편, 유대 영어 성서 번역인 NJPS는 이를 “휩쓸다”(sweeping)로 번역하고 있다. 이는 앞에서 필자가 언급한 하나님의 바람과 혼돈의 물 사이의 맹렬한 싸움을 잘 표현하고 있는 번역인 것 같다.